전시회장 한 가운데 석고 사람이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옆으로 누워 있다.
두 손은 모았고, 발가락 끝이 구부러져 있을 만큼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 본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차백선 작가는 기도하다 지쳐 쓰러져 있는 그 석고 조각상을 <시인>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온 정신을 모아 언어를 조탁하는 ‘시인’(詩人)이기도,
인간은 하나님 앞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시인’(是認)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제18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 심사위원회는 <시인>을 특선작으로 선정했다.

올해 기독교미술대전 공모전은 여러모로 풍성했다.
접수된 작품도 여느 해에 비해 월등히 많았을 뿐 아니라, 작품 수준도 훨씬 높았다.
지난해까지 주제를 ‘기독교’로 한정했던 것을 탈피해, 주제와 소재를 자유롭게 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총 58점의 수상작 중 그동안 기독교 미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십자가와 가시관, 오병이어 등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대신 가족과 희망, 자유 등 보편적인 가치관들이 다채롭게 표현됐다.
‘기독교’를 주제로 한정하진 않았지만,
 출품자들 전부가 기독교인이니만큼 작품들도 기독교 가치관을 바탕으로 했음은 물론이다.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미술인선교회 이경조 회장은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제를 제한하지 않았다”며 “덕분에 다양한 표현 기법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고 밝혔다.

최고상인 대상작은 서양화가 김현영 작가(42세·신촌성결교회)의
<Recovery-family>(회복-가정)가 선정됐다.
 24개의 작은 액자들을 각각 압박붕대로 두른 후 한 데 모으고,
각각의 압박붕대 위에 초와 의자, 집 등을 직접 그리거나 사진을 오려 붙였다.

압박붕대가 회복과 치료를 의미하듯, 현대문명 속에서 해체돼 가는 가정들에
하나님의 치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특별히 이 작품은 기도 중에 탄생한 작품이라 의의가 각별하다.
김현영 작가는 “기독교미술대전이 세상 어느 공모전보다 탁월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은 김진아 작가의 금속공예 작품 <거룩한 물고기>와
신지연 작가의 판화 <The Gate>(문)가 수상했다.
황동과 자개를 이용해 만든 <거룩한 물고기>는 눈에 세 개의 전구가 빛나고 있는데,
불꽃같은 눈동자로 우리를 지키시는 성부 성자 성자의 상징이다.
석판화 작품인 <The Gate>는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문을
십자가가 달린 교회문으로 표현했으며, 자유롭게 흘려 그린 듯한 세련된 조각기법이 탁월했다.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은 국내 최대의 기독교 미술 공모전으로,
이번 수상작 전시회는 7월 2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밀알미술관에서 열린다.

발췌>>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