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여, 희망을 나눠라


소년들에겐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나오는 샤워기도, 냉장고 가득 찬
갖가지 고깃덩어리도, 웅웅대는 텔레비전도, 전기 스위치까지도
낯선 것이었다. 아프리카 케냐 난민촌을 떠나와 미국 뉴욕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들뜬 가슴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소년들은 ‘잃어버린 아이들’(The Lost Boys)이라고 불렸다.
1987년 시작된 수단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케냐 카쿠마 난민촌에서
자란 소년들은, 유엔의 배려로 시작된 미국 이민 프로그램의
첫 번째 대상자들로 선택받는다. 전쟁과 학살, 배고픔, 난민촌의
누추함에 비하면 미국에서의 생활은 풍요와 자유, 그 자체였다.

소년들은 낯선 거리와 사람들 앞에서 애써 당당해지려고 하지만,
그러나 눈동자 속 두려움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고,
버스 타는 법을 하나 둘 익혀갈 무렵 아이들은 자신들의 가슴 속에
차오르는 몇 가지 감정들을 읽는다. 그것은 외로움과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유엔의 도움으로 전쟁과 기근과 속박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평화와 풍요와 자유를
안겨주는 이야기라면 그간 헐리웃(Hollywood)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팍스 아메리카와 다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문화 용광로 속에서도
케냐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단순히 자신들이
절망 속에서 선택받아 희망으로 옮겨진 것에 그치지 않고,
희망 너머의 참 가치를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들은 또 자신들이 받은 선택과 희망을, 자신들의 것으로만
만족하지 않고 고국의 동포들과 나누기를 자처한다.
때문에 하루에 서너 가지 일을 해서 모은 돈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기도 하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수단 구호를 요청하기도 하고,
몇몇은 다시 케냐 난민촌을 찾아 직접 자활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바야흐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받은 축복을 형제에게
나누어 주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잃어버린 아이들’을 통해
구현되는 순간이다.

때문에 소년들은 더 이상 ‘잃어버린 아이들’이 아니라
‘신이 찾은 아이들’이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소년들과의 인터뷰는 물론 미국에서의 생활상을
의도적이지 않게 담아내고 있어 자연스럽다.
간간히 낯선 문명생활에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
소년들의 천진난만함이라든지 17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하는
장면 등은 극적 재미를 더한다.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
도빌국제영화제 최우수다큐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제6회 서울기독교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 기독신문 기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