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통해야 공감한다
기독교 독립영화…영상선교 가능성 무궁무진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우리나라 독립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60만 명을 돌파했다. 독립영화는 그간 서울기독교영화제 등을 통해서 기독교인들에게 낯설지가 않은 문화 장르이자, 비그리스도인과의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문화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프로듀서(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와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 윤성은 프로그래머(동 영화제) 등 현장 전문가들에게 기독교 독립영화의 현실과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조현기: 〈워낭소리〉가 우리나라 독립영화 흥행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관객들의 호응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고영재: 요즘 삶이 너무 팍팍한데, 그런 사회적 현실과 잘 맞았다고 본다. 거기에 기존의 상업영화가 너무 식상했다. 가족과 함께 보는 영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보자는 분위기가 일어나기도 했다.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 그간 독립영화는 다소 실험적, 관념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사회적 장벽이 사라지면서 독립영화가 다뤘던 소재가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됐다. 그러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윤성은: 기독교계에서도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런데 제작 여건은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다.

고영재: 일반 독립영화 시장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독립영화는 대부분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디지털 영화로 제작하는데, 전체 극장 중 40%만 디지털 상영 장비를 갖추고 있다. 상영 공간이 원천적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개봉을 돕던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지원금 제도가 2009년 들어 없어졌다. 대부분의 제작비를 감독 개인이 마련하는 상황에서 개봉마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독립영화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독립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더더욱 열악해져 안타깝다.

윤성은: 독립영화는 대규모 개봉이 목적이 아니라 소통이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의 종교적 신념을 강하게 보여주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기독교인 영화감독들의 의도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고영재: 독립영화 감독들 중에도 기독교인들이 많다. 감독은 자기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영화를 찍는다. 그러나 자기와 같은 종교인들에게만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다면 실패한다고 본다. 진정한 보수는 진보를 설득할 수 있고, 진정한 진보는 보수를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좀 넓게 보면 좋겠다. 〈워낭소리〉를 예를 들어보더라도, 선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관계가 잘 드러나면 종교성을 떠나 사람들은 공감한다고 본다. 기독교인인 송일곤 감독이 〈소풍〉을 찍을 때, 여러 가지 기독교적 장치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일반 관객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기독교 영화에는 반드시 십자가가 나와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윤성은: 동감이다. 요즘 유씨씨(UCC)가 많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기독교인 감독들이 해외선교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물론 교회용이지만, 이런 작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질이 좋아지면 영화를 통한 영상 선교의 가능성은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를 교회에서만 받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교회의 지원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교회나 기독교인들만의 영화가 되고 만다. 선교적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봐야 한다고 본다.

조현기: 기독교 영화의 범주가 딱 정해져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기독교적 신념을 어떤 식으로든 소화한다면, 그것이 기독교 영화라고 본다.

윤성은: 상업영화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상업영화 감독은 흥행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을 다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표현 수위 조절 단계에서는 기독교적 신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가치관은 어느 순간 드러나게 마련이다.

조현기: 영화 〈크로싱〉 같은 경우 감독이 기독교적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관객들이 그걸 보고 기독교 가치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관객들과 소통에서의 묘미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고영재: 그런 차원에서 독립영화에는 가치 투자가 필요하다. 상업영화는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가치 투자가 안 된다.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중요하고, 좋은 것을 지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기독교계에서는 기독교영화제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수준 높은 독립영화들이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표현하는 독립영화 제작자들을 지원하고, 기독교 영화를 상영하는 유일한 곳이다. 앞으로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교회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영재: 마지막으로 기독교계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대중과 교감하라고 권면하고 싶다. 최근의 한국 영화를 보면 어느 시대 영화인지 모르겠다. 민초들의 삶이 없다. 그 이유는 감독들이 일상에 전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자기 철학과 의지가 영화에 대한 의지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그게 영화의 생명력이라고 본다.



발췌>>> 기독신문